세계보건기구(WHO)는 1일 나트륨 섭취 권장량을 2000mg 이하로 제한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여전히 이 기준을 초과하는 식습관이 만연해 있습니다. 나트륨 과잉 섭취는 고혈압, 심혈관 질환, 신장 질환 등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저나트륨 식단을 장려하고 정책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한국, 영국, 일본 세 나라의 저나트륨 정책과 실생활 식단 구성 사례를 중심으로 내용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어떻게 공공 정책과 일상 식문화가 결합되어 나트륨 섭취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해봅니다.
한국의 저나트륨 캠페인과 발효음식 개선 노력
한국은 김치, 된장, 간장 등 발효식품 중심의 식문화로 인해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높은 편입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12년부터 ‘싱겁게 먹기 실천 운동’을 본격화하며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왔습니다.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국민 나트륨 줄이기 실천본부’ 출범과 더불어 가정용 식품 리뉴얼 가이드 배포, 학교 급식 염도 기준 설정, 외식업체 대상 저염 레시피 교육 등이 있습니다. 특히 김치는 한국인의 필수 반찬이지만 소금 함량이 높다는 점에서 정책 개선의 주요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정부는 ‘저염 김치 표준 제조법’을 개발하고 전국 단위의 식품업체와 협력하여 저나트륨 김치 유통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김치가 평균 100g당 나트륨 800mg 이상이었습니다. 반면에 저염 김치는 30% 이상 염도를 줄이면서도 발효 숙성의 품질은 유지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습니다. 또한 식약처는 가공식품에 대한 나트륨 라벨링 강화 정책을 도입해 소비자가 직접 염도 수준을 확인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학교 급식에서는 100g당 300mg 이하의 나트륨 기준을 도입하고 염도 측정기를 각 조리실에 배치하여 조리사 교육과 함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2012년 대비 2022년 한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약 20% 감소한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은 식생활 전반의 인식 변화를 유도했으며 현재는 ‘덜 짠 김치’, ‘무염 조미료’, ‘나트륨 저감 간장’ 등 기능성 제품들이 시장에 빠르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또한 개인의 식단관리에서도 모바일 앱을 활용한 염분 섭취 추적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건강한 식생활 실천이 보다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국가 주도 ‘소금 감축 계획’과 식품업계 협력 사례
영국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선도적인 저나트륨 정책 국가 중 하나입니다. 2003년부터 본격 시행된 ‘Salt Reduction Programme’는 정부와 식품업계, 학계가 함께 참여한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영국인의 1일 평균 소금 섭취량을 기존 9.5g에서 6g 이하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이 정책은 단순한 권고 수준을 넘어서 식품 제조사에 구체적인 제품별 염도 감축 목표치를 부여하고 이를 모니터링하는 제도적 장치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국 보건부는 나트륨 과다 섭취로 인한 연간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공식품 나트륨 함량 목표 가이드라인 발표, 식품군별 목표 달성 평가 보고서 발간, 외식업체 대상 소금 감축 협약 체결 등의 다층적 접근을 취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식빵의 경우 과거 100g당 1.2g의 나트륨 함량을 0.9g 이하로 감축하는 목표를 설정하였습니다. 이를 초과하는 제품에 대해선 판매처별 노출 제한 권고가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BBC나 NHS(영국 국민건강보험)의 공식 채널을 통해 ‘나트륨 줄이기 실천 영상’, ‘가정용 레시피 리뉴얼’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대중의 건강 인식을 효과적으로 개선하고 있습니다. 가공식품의 성분표시 제도 역시 레드(높음)-앰버(중간)-그린(낮음) 3단계 색상으로 구분되며 소비자가 매장에서 즉시 선택할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지원합니다. 이러한 정책은 실제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영국 공중보건국(PHE)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8년 사이에 국민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약 15% 감소했으며 고혈압 발생률도 이에 따라 감소 추세를 보였습니다. 2020년 이후에는 식물성 단백질 기반 식품이 증가하면서 저나트륨 식단 선택지가 더욱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일본의 전통 식문화 개선과 저염 간장, 미소 제품 개발
일본은 발효음식과 국물 위주의 식단으로 인해 전통적으로 높은 나트륨 섭취 수준을 보여왔습니다. 특히 간장, 된장, 츠유(국물소스) 등의 사용 빈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WHO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010년대 중반까지도 1일 평균 섭취량이 4000mg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2013년부터 ‘식생활 개선 기본 계획(Shokuiku)’에 저나트륨 식단을 명시하며 본격적인 개선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대응은 저염 간장과 저염 미소된장의 상용화입니다. 일본의 대표 식품 브랜드인 Kikkoman, Marukome 등은 각각 기존 간장 대비 나트륨 함량을 40~50% 줄인 제품을 출시하였습니다. 이들 제품은 슈퍼마켓 내에서도 일반 간장보다 높은 판매 점유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단순히 염도를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감칠맛(우마미)을 높이는 발효기술을 적용하여 맛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한 점이 소비자 수용도를 높였습니다. 또한 일본 보건당국은 노인과 어린이를 위한 저염 급식 기준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병원 및 요양시설에서는 식이요법의 일환으로 나트륨 관리 식단을 보편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일부 질환자 대상 병원 식단에는 전문 영양사에 의한 나트륨 섭취량 조절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어 체계적인 저염 식생활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일본의 가정에서는 최근 ‘다시(국물)의 재구성’이 건강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가다랑어포, 다시마 등을 이용한 국물 내 조미료 사용을 줄이고 자연적인 감칠맛을 강화하는 방식이 각종 요리책, TV 프로그램을 통해 확산되었습니다. 이는 '감칠맛을 활용한 저염 레시피’가 보편화되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이처럼 일본은 전통 발효식에 의존적인 식문화를 유지하면서도 저염 가공기술, 교육 콘텐츠, 병원식 제도 등을 통해 정책과 식문화의 균형 있는 조화를 시도하고 있는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것은 단순한 개인 선택이 아닌 국가적 보건 전략입니다. 한국은 전통 발효음식을 개선하고 국민 캠페인을 통해 실천력을 높였으며, 영국은 강력한 정책과 제조업계 협업으로 실질적인 식품 성분 개선을 이루었습니다. 일본은 전통 발효식의 풍미를 유지하면서도 기술적 접근으로 저염화를 달성해 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가정에서도 저나트륨 식단을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도 각국의 정책과 식단 사례를 참고하여 오늘부터 건강한 식습관을 시작해보세요. 나트륨을 줄이면 혈압은 내려가고 건강은 올라갑니다.